현대차(211,000원 ▲ 2,000 0.96%) 아산공장에는 3개월 전부터 ‘씨메스’의 로봇 2대가 차체의 불필요한 구멍을 막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기존에는 사람이 2명씩 3교대로 작업했다. 차체를 머리 위로 두고 팔을 올려서 하는 작업이라 피로도가 큰 일이지만, 차종이 다양하고 차체의 위치가 수시로 바뀌는 만큼 로봇을 도입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씨메스는 로봇의 ‘눈’ 기능을 하는 3D비전 기술과 ‘두뇌’ 역할을 하는 자체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갖고 있어 비정형 작업에 조립 가이던스 솔루션을 적용할 수 있었다. 씨메스는 올해 3차원 로봇 플랫폼 ‘EQUAL(이퀄)’을 출시해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2014년 설립된 씨메스는 다른 경쟁 기업보다 3D비전과 AI 기술에서 앞서고 있다. 기존의 로봇 공정은 정해진 위치에 특정 물건이 놓이면 이를 옮기는 등의 반복 작업을 하지만, 씨메스의 로봇 솔루션은 다양한 물건이 있어도 사물을 파악·분류한 뒤 적정한 동작 경로(Path)를 설정할 수 있다. 이성호 씨메스 대표는 “3D비전 기술로 투명하거나 빛이 나는 부품도 정확히 인지할 수 있다”며 “로봇이 물건을 어떤 각도로 움직여 어느 부분을 잡을지까지 판단한다”고 말했다.
기아(83,200원 ▲ 1,000 1.22%) 소하리공장에 적용한 ‘디랙킹(deracking)’ 솔루션이 대표적이다. 차체의 한쪽 면을 들어올려 옮기는 반복 작업인데, 기존에는 제품을 제 위치에 놓지 않으면 파손되는 문제가 있었다. 씨메스의 로봇 솔루션은 제품이 틀어져 있어도 스스로 제품의 각도에 맞춰 움직인다. 나이키 신발 도색공정 등에 적용된 씨메스의 로봇도 다양한 색상과 사이즈를 매번 설정할 필요 없이 로봇이 주문에 맞춰 판단해 작업한다.


물류업도 씨메스가 힘을 쏟는 주요 산업 영역이다. 올해 설립한 미국 법인 씨메스 로보틱스(Robotics)는 아예 물류 분야만 담당하고 있다. 현재 물류현장에 적용된 자동화 설비가 컨베이어벨트나 소터(sorter·분류기) 중심인 만큼 로봇암(robot arm)과 같은 유축 로봇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이 대표는 전망했다.
그는 “지금은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는 ‘다크 스토어(dark store·온라인 판매용 상품을 보관하고 배송하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람이 주문 내역에 맞춰 물건을 담는데, 로봇이 사물을 구분해 판단할 수 있으면 대신할 수 있는 일이다. 불이 꺼진 채 로봇들로만 운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적용할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하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로봇을 통한 자동화 공정이 오히려 일자리를 확보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독일 등 주요국은 해외로 나간 기업이 다시 돌아오도록 자동화 공정 개발에 힘쓰고 있다”며 “로봇이 도입돼 생산성이 높아지면 기업이 인건비가 싼 곳으로 떠날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로봇이 적용되는 업무도 대부분 힘들어서 사람이 기피하는 일”이라며 “사람은 사람답게, 로봇은 로봇답게 일하고 협력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씨메스는 자체 플랫폼 이퀄을 제품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로봇 엔지니어가 산업 현장에서 로봇이 할 일과 움직임 등을 설계해야 했다. 이퀄을 활용하면 이 같은 로봇 티칭(teaching) 과정을 로봇 엔지니어가 아니더라도 설정·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출시가 목표다. 이 대표는 “기존에는 씨메스 직원이 로봇 공정 현장에 나가 설정 등을 도와야 했지만, 이퀄을 활용하면 로봇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각 현장에 적합하게 설계해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씨메스는 이퀄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최근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시리즈A 투자를 받고 2년만이다. K2인베스트먼트, 코오롱인베스트먼트, 에이티넘인베스트(5,330원 ▲ 20 0.38%), GS리테일(30,450원 ▲ 50 0.16%), SBI인베스트먼트(1,670원 ▲ 10 0.6%), 키움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여했다. 40억원을 투자한 GS리테일은 씨메스와 함께 물류센터 자동화는 물론 도심 내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도심 내 소규모 물류센터)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씨메스는 투자금으로 소프트웨어(SW)와 AI관련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씨메스의 직원이 54명인데 올해 말까지 90명~100명 규모로 조직을 늘릴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이퀄을 통해 로봇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고, 도입하는 현장이 늘어나면 그만큼 시장이 확장되는 효과가 있다”며 “회사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씨메스는 지난해 로봇 제품 등을 판매해 50억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올해 수주치는 100억원 이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서 로봇 솔루션 관련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어 경쟁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글로벌 로봇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출처: 조선비즈 권오은 기자 (https://biz.chosun.com/industry/company/2022/01/03/Q7ENFNHH6NBDPBUJS7NY4KMYGY/)